1.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를 다녀왔다. 월급쟁이니까 축제 내내 신촌에서 죽 때릴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혀 애초에 예상했던 편수보다 관람을 덜했던 것이 아쉽다.
2. 9년째를 맞이한 여성영화제. 내겐 첫 번째였다. 남달리 기대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는 충족하지 못했다. 수많은 영화중에 내가 무엇을 골라야할지 알지 못했던 무지가 우선이겠지. 그래도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를 고스란히 쓸어 담았던 것 치고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3. 영화관의 열악함. 아트레온이라는 극장. 다른 관에서의 풍악소리가 심각한 장면을 연출하는 본관에 침입. 감정의 이입을 방해.
4. 내가 정말로 원하는 여성영화란 여성 그 자체다. 게이랄지, 다이크랄지, 퀴어를 대표로하는 이반들의 섹스 성향이나 고군분투가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도 여성의 한 축이다. 하지만 총 4편의 영화중 3편이 레즈비언의 권익을 위한 또는 시선의 자유를 갈구하는 영화였기에 식상했다. 나는 좀 더 많은 수를 차지하는 주변의 여성들의 목소리를 올곧게 듣고 싶었다. 출산의 고통, 육아의 독점, 중년의 고독, 결혼관의 변화, 비정규직 차별의 부당함 등등을 포함한 남성으로 느낄 수 없고 느끼지 못함은 물론 느끼고 싶지 않은 모든 잡다구리한 여성에 관한 것을 알고 싶었다.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신촌으로 향했던 것이다.
5. 즉 퀴어영화제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영화들만 보고 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크게 보면 여성의 범주지만 결국 한 장르 아닌가. 게이아닌 엄마나 누나 애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 아닌가. 나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여성들의 고민을 마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바람은 4편을 연속으로 보면서 단편 한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게이의 삶을 다루는 영화제 측의 쏠림에 안타까웠다는 이야기다. 여자, 정혜 따위가 설파했던 여성들의 정체성이나 또는 대한민국과의 악연. 그럼으로 파생되는 모든 것들을 차분히 주시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은 아마도 나의 무책임한 영화 관람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게이영화가 지금 더 심각한 주제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9. 극장 앞에 때지어 나와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을 보았다. 그들의 눈은 초조해 보였고 이때다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해방감이라기보다 오히려 허탈함에 가깝게 보였다.
8. 흡연여성의 자유로운 거리 흡연 따위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흡연 남성의 거리 흡연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것 보다 어째서 여성들은 흡연하지 않는 비율이 남성보다 더 적을까 하는 것에 관심이 간다. 사회적인 눈을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현명한 이유가 그곳에 존재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현명함을 영화제에서 느껴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7.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영화제 초보의 졸속 스케줄에 따른 오류이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한다.
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