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돼지껍데기가 먹고 싶어서 골룸과 종로 연탄집에서 조인트 한 적이
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끝나 껍데기집을 찾아 방황하던 나에게 기이한 광경이 하나가
들어왔다.
어떤 가게에 여자아이들이 길다랗게 줄을 서 있던 것. 종로따위에도 줄을
서
먹을 음식이 있었나 싶어 간판을 보니, 해물떡짐을 하는 집이란다.
해물떡짐이라,
나중에 그 가게를 검색하니 역시나 체인점이었다. 여자들이 떡볶기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
해물 따위를 우겨넣고 값을 만원이상 받아먹자 하는 취지의 고급(?) 떡뽁기
집을
표방한 셈이었다. 볶기라는 것 보다는 찜이라는 것이 훨씬 고급스럽고 만원이상
받아내기
수월한 것이 마케팅 기법이라면 기법일테다.
도시빈민인 버트씨는 비록 에그베네딕트와
베이컨이
뿌려진 브런치를 만원 넘게 사 잡수시는데는 주저하지 않아도 어쩐지 떡볶기
따위를
만원 넘게 사 잡숫고 싶지는 않더라는 말씀. 그 옛날 검정
프라이팬에
가득 담긴 떡볶기를 십원한 몇 개씩 줏어 먹던 초등학교의 기억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궁금하기 짝이없었다. 그 맛이. 과연 모처럼
밤마실
나온 여자아이들의 코묻은 세종대왕을 갈취할 맛은 어떨까 하는 것. 먹어보지
않고
그 가게의 사이트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비스무리하게 요리를 한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보면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기꺼이 잡숴줄 한 송이 틸사마가 계시니
용기백배,
나는 오늘도 달린다!
요즘
홍합
싸다. 시간만 나면 라 씨갈 몽마르뜨에 뒤지지 않는 프로방스식 홍합요리에
도전할
수도 있을 지경이다. 값이 착하면 뭐든지 하고 싶지 않은가?
오징녀. 오징男도 있지만 오늘은 오징女다. 왜
인지는
묻지 말자. 녀석 껍질 벗겨낼 때 몹시 부끄러워 색이 쉬이
변하는
것이 오징女일 확율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새우. 가끔 싸게 나오더라. 요즘 태국 앞 바다는 깨끗한가
모르겠다.
요런 자태의 생물새우들은 대개 태국산 아니던가.
설겆이의 귀찮음 때문에 조금 남은 고추장통에다 아예 양념을 투하해
버무려
두었다. 갖은 양념 말이다.
청량고추는
매운맛의 영원한 동반자.
대파의
어슷쓸기.
마무리용.
내 떡뽁기의 루틴은
끓는
물 --> 양념장 --> 떡 --> 나머지 순.
오늘의 떡찜 채소로는 봄동이 수고하셨다.
떡볶기 떡이 아니라 어슷 썬 가래 떡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요 녀석이 바로 강화 섬쌀로 방앗간에서 정제해 만든
틸사마댁표
순도 100% 쌀떡이기 때문이다. 인스턴트가 아니라는 이야기! 고로 맛있다는!
아, 표고도 넣었다. 내 사랑 표고버섯
말이다.
완성되니 자태가 그럴싸하다.
홍합이
든
해물떡찜이니까 홍합부터 잡숴줘야 한다. 그래야 부피가 확 줄어 숟가락 따위의
연장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틸사마는 얼큰 국물 팬이라 더더욱 그러할
듯.
또한 그 숍 사이트를
가보니
쿨피스로 일반화된 유산균음료를 사이드 음료로 팔고 있더라. 그래서 전날 이것도
준비했다.
단지 빠진게 있다면 사이드 음식으로 내 놓는 이른 바 똥튀김이
없다는
점이다. 튀김까지 하기 귀찮아 과감히 생략했다만. 어쨌든 매운 음식에 쿨피스는
제격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나는 쿨피스의 왕팬이다!
먹지 전 설정 샷. 맛있었겠지? 그지?
시중의 해물떡찜을 먹어보지 않아서 비교불가다. 허나 나를 믿고 따라오는 자들은 의심치 말지어다. 그 어떤 음식이든 간에 버트씨가 만드는 게 훨씬 맛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시중에서 파는 음식보다 버트씨가 손수 만든 음식이 훨씬 좋은 점은 값이 무료라는 점이다. 나는 틸사마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또한 우리집을 방문하고 싶은 다른 어떤 인간들에게도. 그리고
하나 더 버트씨네 음식을 먹을 땐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른 바 웨이팅라인이 없다. 번호표도 없다. 얼마나 합리적이고 마음 뿌듯한 일인가.
그런
점이
버트표 음식의 확실한 매력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