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음이란 무엇일까. 내게 있어서 귀찮음은 죽음을 의미한다.
내가
사는 집이 다른 랜덤하우스보다 깨끗하다면 아마 내가 아직 죽지 않아서
일테다.
내가 요리 하기를 즐긴다면 그것역시 아직은 내가 죽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정크푸드는 내가 곧 죽어 있음을 뜻한다. 인조인간들이 밥 대신
벙커C유
따위의 오일덩어리를 씹어 먹는다면 그것은 살아 있음을 뜻하지 않는다. 다만
거기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주방가전을 들여놓고 "어머, 남은 밥을 냉동
보관하다
해동해 먹으면 햇반 부럽지 않아요!" 라는 한심한 뻐구기를 날리는 졸렬한
피플들의
작태를 흉내내고 싶은 마음은 추오도 없다. 내게 있어 전자레인란 식구가
절대적으로
결여된 피플의 구성원과도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식구다. 녀석을 자주 이용해
주냐는
차치하고서라도 무언가 현대인이 살아가는 집구석에 싸구려 레인지 정도는 존재해야 덜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의 소산이란 이야기다.
그러니 버트여. 가끔 이따위
정크푸드를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다고해서 너무 자괴감을 갖지 말았으면 싶다. 누구든 그러하잖냐.
라고
대범하게 넘어가는 법도 요즘은 필요하다고 하더라.
조잡한 포장. 전자레인지 와트량에 따라 조리시간이
다른 점이 친절한 듯 하다.
의외다. 새우가 꽤
많다.
명색이 새우볶음밥이라잖은가. 체면치례는 한 셈. 맛은 기억이 잘 안난다. 만취한
저녁
편의점에 들려 손이 가는대로 사가지고 와 냉동실에 처 박아 두었다가
잊었던
녀석이다. 냉동실에 보관하던 오징어를 꺼내다가 발견하고 한 번 돌려 먹어본
것뿐.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도 세상은 늘 그대로란 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