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

2010/01/25 11:26 Posted by 버트
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 - 8점
최상희 지음/웅진리빙하우스

올 1월1일부터 3일간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서울이 고향인 나는 매해 첫 날을 서울 아닌 곳에서 맞이하는 게 아직 익숙치 않다. 그것이 또 얼마나 설레는 것인가 짐작조차 하지 못한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 매년 귀성차량의 끊임없는 행렬을 티비로 지켜보는 게 지겨우면 1년넘게 읽고 있는 책들을 뒤져보곤 했다.

그렇게도 지루한 서울 아저씨였던 나, 2008년부터 일대 혁신. 2009년 새해는 틸삼아와 경기도 모 세이프 하우스 마루에서 정명훈의 오케스트라와 베토벤을 들으며 취침. 그리고 잠시 후 기상. 2010년의 버트역시 서울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데 성공. 그것도 바다건너 제주도, 서귀포옆 중문관광단지 최고급 호텔에서! 꺅!

이 책은 한국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제주를 가보지 못했던 도시빈민 버트가 적어도 두 번이상 제주도를 방문하셨던 틸삼아 가족들을 가이드하게 만들어줬다.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 아닌 분들을 모시고 다니며 그들이 느끼지 못한 곳들을 조금씩 소개하는 역할을 제주도가 처음인 생초짜인 중부지방 토박이가 해냈다는 것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기적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어내는 고매하신 블로거들이 내가 이 책을 이렇게까지 비약한다고 해서 마치 제주 여행의 바이블인양 소개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윗글은 단지 시시한 책 한 권을 전부로 제주여행에 이골이 난 분들을 마치 제주토박이처럼 모시고 다녔던 기념비적인 내 업적을 떠 받들기위한 징검다리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저 뻔한 가이드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내가 여행 하루 전에 영풍문고에서 기적처럼 구매하게 된 이유는 결국 제주도를 모르는 서울사람의 불안감에 대한 모종의 보험같은 거였다. 그게 다다. (갈곳이나 볼곳은 이미 구글링후 노트에 빼곡히 적어 두었고 실제로 적어두었던 곳 대부분이 유용하게 쓰였다)

거듭말하지만 치 책은 초자에게 별 다섯, 제주 좀 다녀 왔다고 호들갑스럽게 떠들 수 있는 작자들에겐 별 두 개짜리일지도 모른다. 그럼 초짜인 너는 왜 별이 다섯개 만점이 아니라 네 개뿐이냐? 책 리뷰점수는 박하지 않는 네놈이?

이 책은 모든 책들이 다 그렇듯이 여러가지 치명적이 에러들이 존재한다. 내가 느꼈던 가장 큰 결함은 책을 사야하는 대상이 결국 돈 없는 학생계층을 위주로 했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뻔한 관광지 식당에 버스를 주차하고 관광객을 소떼처럼 풀어 방목하는 여행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데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나이좀 잡숫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느긋한 계층에게는 잠자리나 그밖에 그들의 니즈에 관한 욕구는 제로에 가깝다는 게 불만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실리 취향적인 미혼의 가난한 여성이기때문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작가와 같은 부류의 젊은이나 그 또래의 소비층이 아닌 부류에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책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들 하시라. (그래 결국 뒤짚어 읽으면 나는 이제 자라나는 계층에서 뛰쳐나가 늙어가는 부류에 들어갔다는 거다. 서운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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